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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석열의 비상계엄, 12.12 쿠데타와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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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반국가 세력'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이 단어는 전에도 언급했지만 이번엔 더 낯설게 느껴졌다.

사실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심취했다는 말이 많았다. 그와 연결되어 생각해 볼 지점이 있는 것 같아 역사 작가인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과 한국 현대사에서 발생한 계엄령 사례와 함께 뉴라이트와의 연결점 등에 대해 서면 인터뷰했다. 다음은 심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세력으로는 있지만 정신적 정체성 없는 보수 위험"

- 2017년 <헌법의 상상력>이란 책 출간했잖아요. 7년 지난 지금 대통령 탄핵이 발의되었는데 어떻게 현 상황 보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저만이 아니라 모두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진 것 같아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7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전에 '개헌 유언비어'가 돌았습니다. 차기 대선주자가 없기 때문에 내각제로 개헌해서 대통령 박근혜, 총리 최경환이란 얘기도 있었고, 대통령 안철수, 총리 박근혜 이런 얘기도 돌았죠. 즉, 내각제로 개헌한 다음에 상징적인 인물로 박근혜 대통령을 내세우고 실권은 당권주자가 가지거나 당시 야권 주자였던 안철수 진영 끌어들이자는 발상이었던 것이죠.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국회 연설 하면서 개헌 이슈를 꺼내기도 했죠.

쉽게 말하면 인위적인 정계 개편 통해 권력 유지하자고 어찌 됐든 합법적인 절차를 시도하고자 했던 것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기습적으로 그것도 '단임제' 현직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이야기했고 '국회'를 장악하는 등 무력을 사용해서 상황을 제압하려고 한 것이니 7년 전이 아닌 1979년 12.12 군사 반란으로 시작된 전두환 정권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7년 전이 아닌 1979년 12.12 군사 반란으로 시작된 전두환 정권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12.12 군사 반란의 경우 1980년 5.17 전국 비상계엄 확대를 성공하게 됩니다. 당시 국회의원들을 겁박하려고 국회에 군대를 파견했어요. 그때 파견된 군대가 장교 3명, 병사 95명이었으니 숫자로 따지면 이번이 훨씬 큰 규모입니다. 그리고 주요 정치인들 체포, 재야와 운동권 정치 활동 금지 등 계엄령에 의해 상황을 통제합니다. 미약한 수준이긴 하지만 이번 대통령의 계엄선포 역시 같은 방식을 따르고 있죠. 군사력에 의존해서 기존의 사회 시스템 무너뜨리고 권력을 집중하려는 방식이니까요."

-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된 건 아마 3일 밤 선포된 비상계엄 때문이죠. 전 계엄을 교과서에서나 봐서 제가 아는 그 단어가 맞나 싶었거든요. 처음에 계엄이란 단어 어떻게 보셨어요? 작가님에게도 낯설었을 것 같은데.
"저도 역사책에서나 보던 이야기죠. 벌써 45년 전 일이니 대부분 그렇지 않겠어요(웃음)? 중요한 건 '계엄령'이라는 것이 우리 역사에서 군사 지도자의 권력 획득 및 연장과 관련된 수단으로 사용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좋게 사용된 적이 없어요. 계엄령의 시작은 제주 4·3과 여수·순천 10.19사건 때입니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빨갱이 소탕이라는 빌미로 국회를 겁박했고 정부가 원하는 대로 통과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제주도에서 끔찍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요.

그리고 박정희 정권 때는 위수령과 더불어 정권의 안정을 기하기 위한 수단으로 빈번하게 사용했죠. 그 결과는 무엇이었을까요? 국민들의 민주적 욕구를 억누르고 장기 집권을 위해 인권유린도 마다하지 않는 방향으로 계속 나빠졌어요. 그리고 1979년 10·26사태를 통해 박정희 정권이 무너진 후 전두환과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가 비상계엄을 확대하면서 광주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무참하게 짓밟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아직 감상을 드러낼 때는 아니지만 이번 상황을 지켜보면서 정말 눈물이 나더라고요. 뭔가 쭈뼛거리면서 제대로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는 군인과 경찰, 그리고 순식간에 대응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민들을 보면서 정말로 과거 5.18민주화운동을 비롯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죽어간 이들의 노력이 오늘의 비상계엄 사태를 막아내지 않았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 이번 비상계엄이 친위 쿠데타라는 말도 있잖아요. 우리나라는 군사 쿠데타를 경험했죠. 이번과 비교해 주실 수 있을까요?
"친위 쿠데타는 유신체제입니다. 그런데 너무 다른 점은 이번 비상계엄의 경우 정말로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는 점이에요. 우선 유신체제는 1969년 이후 베트남전쟁으로 야기된 북의 도발을 배경으로 해요. 즉, 북한에서 계속 무력도발을 하니까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이 조성되었고 베트남에서 발을 빼면서 '아시아의 문제는 아시아 국가들이 알아서'라고 외쳤던 '닉슨 독트린'이 원인이 되기도 했죠.

박정희 정권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했고, 비상선언 이후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비상국무회의를 조직했고, 아직까지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유신헌법 통과시키죠. 그리고 이러한 권력을 영속화시키기 위해 통일주체국민회의 만들어서 국회를 지배하고 종신대통령 제도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면 도대체 왜 갑자기 비상계엄이 일어났는지 그 원인조차 파악하기 힘듭니다. 더구나 앞으로 살펴봐야겠지만 계엄사령관조차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현재의 증언을 보면 얼마나 조악하게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죠.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너무 황당하고 어설픕니다.

박정희의 경우는 안보 위기 조성, 중앙정보부 동원 등등 막강한 관료조직의 후원이 있었고, 전두환의 경우는 군부 내 박정희 친위 세력이었던 하나회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타깃도 정확했죠. 김대중은 암살 혹은 내란 음모, 김영삼은 가택 연금, 김종필은 부정부패로 낙인 찍었죠. 그런데 이번에 보면 김어준씨 체포? 중앙선관위에 군 파견?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입니다."

- 비상계엄 선포할 때 윤석열 대통령이 담화 발표했죠. 거기에서 반국가 세력이란 말이 걸리더라고요. 이 단어는 윤 대통령이 몇 번 쓴 거기도 하죠. 뉴라이트와 연관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이 부분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 콘텐츠만 본다고 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김문수 노동부 장관부터 시작해서 온갖 공공 기관장에 극우파 뉴라이트 세력을 대거 임명하잖아요?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권기 금융실명제, 하나회 해체, 역사바로세우기 작업 등에 대한 보수 내부의 분열이 심각해졌어요. 단적인 예로 <월간 조선>을 보면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우 개혁적이고 사회 고발적이었다가 논조가 바뀌기 시작하거든요. 박정희를 다시 보자는 기사가 등장하고, 한 해가 지나니까 '이승만 다시 보기' 얘기를 하죠. 재야 운동권이라 부르던 세력을 빨갱이, 주사파라고 부르고요. 북한 인권 얘기 또한 이때 처음 나왔어요. 신기하지 않나요? 최근에 이야기하고 있는 소위 극단적인 뉴라이트 논리의 기초가 1990년대 중반, 그것도 국민의 힘 전신인 신한국당의 개혁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등장했다는 사실이요.

그리고 노무현-문재인 정권의 등장으로 극단적 루머, 공허한 주장 등이 판치기 시작했죠. 전혀 경제적 경륜이 없는 실상 가진 자를 위한 풀어주기 식 주장이 외쳐지고, 전혀 근거가 없는 5.18 북한군 개입설 같은 게 유포가 되고, 카톡과 지라시를 통한 정보가 유통되면서 이것을 사실로 믿는 집단이 등장하게 된 거죠. 정말로 우리가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은 윤석열 정권의 위기도 있겠지만 보수 담론의 실종, 그리고 극단적이고 극우적인 뉴라이트에 의존하는 정파성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보수 담론의 실종, 그리고 극단적이고 극우적인 뉴라이트에 의존하는 정파성의 이유는 뭘까요?
"김영삼 정권이 외환위기로 몰락했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보수 진영이 이회창-이인제로 분열되었고 이명박 후보 당시 이회창씨도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니까, 보수의 분열 기간이 꽤 길었죠. 이 시기 김대중, 노무현 등 소위 진보 진영의 집권이 계속되었고 보수 진영의 경우 '박정희 담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어요. 소위 '조국 근대화'를 이룬 세력이었다는 환상적인 주장이었죠. 현대 건설 그룹 회장 출신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의 딸. 이런 것들이 보수의 회생에 큰 도움이 되었죠. 하지만 박근혜 정권이 탄핵으로 무너지면서 그조차 영향력을 상실하게 되니까 실상 남아있는 보수 진영의 아젠다는 이승만 찬양 혹은 극우적 주장 정도밖에 없는 것이죠. 이번 비상계엄의 본질적인 위험성은 보수 진영이 세력으로는 있지만 정신적 정체성이 없다는 점이에요. 그 부분이 가장 위험하다고 봅니다."

"탄핵 국면 길어질 경우 괴상한 물타기 시작될 것" 

 - 계엄이 선포된 지 155분 만에 국회의 해제 건의로 끝났잖아요. 155분 천하로 끝난 셈인데 이게 성숙한 대한민국 민주주의 때문이란 평가도 있던데.
"당연합니다. 1987년 이후 5년 단임제하에서 한국형 민주주의가 전 국민적으로 체내화가 되었고 SNS 등을 통한 거침없는 자기주장이 이루어지는 사회이니 이런 식의 정말로 옛날 스타일의 권위주의 통치가 먹히지 않는 것이죠.

그런데 이제는 좀 문제 제기를 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대 내 정신교육'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군대에서는 매주 3시간 이상 '정신교육'이라는 것을 합니다. 저도 받았고요. 국회 방송도 있고 국방 신문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매우 우익적인 내용 일색이라는 점입니다. 정권이 바뀌고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도 보면 군대 내에서 흐르는 담론은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왜 이렇게 교육제도가 충실한 나라에서 군대가 군사 훈련 혹은 북한을 비롯한 외적의 침입 방지 같은 기초 교육을 제외하고 역사 인식을 비롯하여 온갖 문제에 대해 개입하는지. 심지어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공공질서를 지키기 위한 계엄'이라는 말까지 썼는데 그것이 오늘날 여전히 1970년대에 멈춰있는 군인들의 의식 수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94년 장태완 장군이 재향군인회 회장이 되고 정치 중립화 선언 등을 하면서 나름 개혁적인 분위기가 있었고 의식 있는 장교들이 배출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보수 정권에서 군 출신 인사들의 정치 개입 사건 같은 것을 고려한다면 진정한 군의 정치 중립, 민주 국가에 걸맞은 군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는 근본적인 수준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작가님은 이번 사건에서 중요하게 본 지점이 있을까요?

"하나 흥미로운 점은 '상명하복' 이야기입니다. 국회 경비국장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명령에 복종했기 때문에 했다고 얘기합니다. '헌법과 법률도 중요하지만 결국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죠.

이런 문화가 생기게 된 것은 박정희 정권의 통치 리더십 때문이었어요. 5.16 군사쿠데타 이후 군인들을 관료 조직에 박아 넣으면서 관료들을 지배했고, 박정희 정권기 관료조직이 대폭 커지면서 헌법이나 법률이 아닌 통치자에게 복종하는 문화가 벌써 수십 년째 내려왔습니다. 가치가 아닌 힘을 숭배하는 잘못된 문화가 공직 사회 내에 너무 깊숙이 뿌리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상명하복'은 노태우 정권 때 있었던 광주청문회 시기 반복되었던 주장입니다. 명령을 준수했을 뿐이라거나 시키는 대로 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거예요. 정말 웃긴 논리죠. 이 논리가 김영삼 정권기 역사바로세우기 때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벌써 3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이야기를 청문회 때 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하면 권력자가 아닌 헌법과 법률에 충성하는 관료 사회가 구축될 수 있을지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을 얘기했잖아요. 상명하복의 논리가 악의 평범성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잘못 알려진 게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이에요. 실제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어보면 평범한 사람의 일상이 악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사적인 목표를 위해 열정적으로 일 하면서 문제 일으킨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어요. 그러한 측면에서 지금 한국의 공직사회는 '악의 평범성'이 날뛰고 있는 것 같아요. 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상명하복할까요? 개인 출세를 위해서 아닐까요? 그런 측면에서 사회적 공공성, 민주시민 교육 같은 뻔한 구호가 진짜 우리의 내면세계를 바꾸어 놓아야 할 때가 된 거 같습니다."

-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배울 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많이 걱정됩니다. 지금 두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하야냐 탄핵이냐. 하야는 이승만 모델입니다. 하와이 망명 이후 과도정부가 수립되어 신헌법을 만든 후 2공화국이 들어섰습니다. 탄핵은 문재인 정권 모델입니다. 헌법 개정 없이 정권 교체만 있었습니다. 부작용도 있지요. 정권을 잡은 정당에 의한 정치 보복처럼 보였기 때문에 많은 구설수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 역사에서 완전히 특정 정치 세력을 몰아내고 새롭고 역동적이고 개혁적인 정권이 들어선 적은 없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8민주화운동의 사례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노력해서 장기 지속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경험을 했던 것이 우리 역사이기도 합니다. 당장의 정치적인 난국을 해결하는 것에 대한 고민과 함께 보다 장기적인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해 전망하며 치열하게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하나 더 붙이자면 탄핵 국면이 길어질 경우 아마 괴상한 물타기가 시작될 것입니다. 5.18문제를 두고 '양시론'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군의 과잉 진압'도 잘못되었지만 '광주 시민들의 폭력'도 문제가 있었다는 논리인데요. 빗발치는 왜곡에 맞싸우며 역사의 정의가 바로 세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기사원문 https://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3086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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